명도 · 철거 | 철거집행
내 땅 침범한 건물, 그 부분만 철거할 수 있을까?
— 건물 일부 철거판결과 수권결정(수원지법 안양지원 2017타기171), 그리고 일부 철거집행의 현장 —
Ⅰ. 사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의 한 계곡에 무허가 식당이 있다. 주택 겸 식당(약 200㎡), 보일러실, 천막 휴게실, 단층 주택, 창고 4동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들은 모두 미등기 · 무허가이고, 건축물관리대장에는 블럭슬레이트 주택 29.86㎡와 목조슬레이트 변소 0.7㎡만 올라 있다.
문제는 건물이 서 있는 땅이다. 건물들은 개인 소유 토지 333㎡ 중 328㎡와, 그에 붙은 국가 소유 하천부지 · 경기도 소유 임야 · 국가 소유 임야에 걸쳐 지어져 있었다. 토지와 건물의 주인은 다음과 같이 따로 바뀌어 왔다.
| 일자 | 토지 소유권 | 건물 소유권 · 처분권 |
|---|---|---|
| 1975. 10. 25. | 甲1 이전등기 | |
| 1976~1993년 사이 | A1 신축(원시취득, 미등기 · 무허가) | |
| 1994. 12. 29. | 甲2 양수 · 대장 이전등록 | |
| 2004. 3. 10. | 甲2 이전등기(증여) | |
| 2014. 6. 18. | 甲3 이전등기(이혼 재산분할) | |
| 2015. 3. 26. | 甲3 대장 이전등록(이혼 조정) | |
| 2016. 1. 13. | A2 대장 이전등록(8,000만 원에 매수) | |
| 2016. 3. 17. | 甲4 대금 완납(임의경매) |

甲2는 1994년 건물을 넘겨받아 「□□계곡」이라는 식당을 운영했다. 2014년 이혼소송에서 식당 영업권과 무허가 건물을 포함한 영업시설 일체를 전처 甲3의 소유로 하는 조정이 성립했고, 甲3은 2016년 1월 이 건물을 A2에게 팔았다. A2는 지금 이 건물에서 「□□자리」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며 건물과 대지를 점유하고 있다.
그 직후 경매로 토지를 사들인 甲4는 ① A2를 상대로 자기 땅 위에 있는 주택 겸 식당 건물 중 일부(89.65㎡, 이하 '(3) 건물')와 보일러실 전부(9.19㎡, 이하 '(4) 건물')의 철거 및 토지 인도를, ② 甲2를 상대로 (3), (4) 건물에서의 퇴거를 청구했다.
Ⅱ. 판결 — 내 땅 위에 있는 부분만 철거하라
제1심(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7. 7. 12. 선고 2016가단104676 판결)은 甲4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A2에게는 국가 · 경기도 · 甲4 소유 토지에 걸쳐 지어진 주택 겸 식당 건물(약 200㎡) 중 甲4 소유 토지 위에 있는 부분(89.65㎡)과 甲4 토지 위의 보일러실(9.19㎡)을 철거하고 그 대지를 인도하라고 명했다. 甲2에게는 그 두 건물에서 퇴거하라고 명했다. 가집행선고도 붙었다. 항소심(수원지방법원 2018. 3. 15. 선고 2017나72188 판결)은 항소를 모두 기각했고, 판결은 확정되었다.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철거 상대방은 등기부가 아니라 실제 처분권자다. 미등기 건물은 등기로 소유권을 넘길 수 없다. 그래서 건물을 사서 점유하는 A2처럼 법률상 ·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철거의무를 진다. 전 소유자로서 여전히 건물에 머무는 甲2에게는 철거가 아니라 퇴거를 청구했다.
둘째, 철거는 한 건물의 '일부'에 대해서도 명할 수 있다. 하나의 식당 건물이 여러 사람의 땅에 걸쳐 있으면, 토지소유자는 자기 땅을 침범한 부분만 철거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판결 주문에서 철거할 부분을 감정도의 점과 선으로 정확히 특정해야 한다. 그래야 집행할 수 있다.
Ⅲ. 수권결정 — 법원은 '철거'만 받아들였다
甲4는 제1심 판결 정본, 집행문, 송달증명서를 첨부해 제1심 법원에 대체집행(수권결정)을 신청했다. 그런데 ① 건물 철거뿐 아니라 ② 토지 인도와 건물 퇴거까지 한꺼번에 수권결정을 구했다.
법원(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7. 11. 21.자 2017타기171 결정, 2017. 12. 12. 확정)은 ① 철거 부분만 인용하고 ② 부분은 기각했다. 주문은 다음과 같다.
1. 채권자는 그가 위임하는 집행관으로 하여금 채무자 A2의 비용으로 별지 감정도 표시 (3) 부분 89.65㎡ 지상 건물과 (4) 부분 9.19㎡ 지상 건물을 각 철거하게 할 수 있다.
2. 채권자의 채무자 A2에 대한 나머지 신청 및 채무자 甲2에 대한 신청을 각 기각한다.
이유는 집행 방법의 차이에 있다. 건물 철거는 채무자 대신 제3자가 할 수 있는 일(대체적 작위의무)이라 법원의 수권결정을 받아 대체집행으로 한다. 반면 토지 인도는 집행관이 직접 점유를 빼앗아 채권자에게 넘기는 직접강제의 대상이고, 건물 퇴거도 실무상 집행관이 직접강제의 방법으로 실현한다. 둘 다 수권결정이 필요 없고,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철거와 인도를 함께 명한 판결을 받은 채권자는 철거는 법원에 수권결정을 신청하고, 인도와 퇴거는 집행관에게 바로 신청해야 한다. 같은 판결에서 나온 의무라도 집행의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Ⅳ. 집행관 위임 — 서류도 두 갈래
甲4는 2017. 12. 14. 집행관사무소에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의 강제집행을 함께 위임했다. 첨부서류도 집행 방법에 따라 나뉘었다.
| 구분 | 집행 방법 | 첨부서류 |
|---|---|---|
| 건물 철거 (3), (4) 건물 | 대체집행 | 수권결정 정본, 송달증명서, 확정증명서 |
| 토지 인도 (3), (4) 건물의 대지 | 직접강제 | 제1심 판결 정본, 집행문, 송달증명서 |
집행관은 甲2에게 2019. 3. 12.까지 스스로 퇴거하라는 최고서를 현장에서 직접 건넸고, A2에게는 같은 해 4. 23.까지 스스로 철거하라는 최고서를 건물 안에 붙였다.
Ⅴ. 건물 일부를 떼어 내는 현장
건물을 통째로 허무는 것과 일부만 떼어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철거하지 않는 부분(존치부분)은 채무자의 재산으로 남고, 그곳에서 영업도 계속된다. 철거 과정에서 존치부분이 무너지거나 손상되면 오히려 채권자와 집행관이 책임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이 사건 집행은 그 위험을 관리하는 과정이었다.
① 전문 업체 선정. 2019. 4. 17. 甲4는 구조물 해체 전문 업체를 철거업체로 선정해 달라고 집행관사무소에 신청했다.
② 안전진단과 석면조사. 집행관의 의뢰로 같은 해 4. 23. 전문 업체들이 안전진단과 석면조사를 했다. 석면조사는 철거부분만 대상으로 했는데, 철거부분 캐노피의 물결 모양 슬레이트 지붕(41.38㎡)에서 백석면 10%가 검출되었다.
③ 구조확인서. 건축연구소가 공학박사 확인을 거쳐 낸 구조확인서는 철거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 철거부분과 존치부분의 기준선을 먹줄 등으로 정확히 표시할 것
- 경계 26곳 이상에 파이프 서포트를 세워 안정성을 확보하고, 존치부분에는 기둥용 파이프 6곳과 지붕 보용 파이프 7곳을 설치한 뒤 철거할 것
- 철거 뒤 존치부분에서 바로 영업할 수 있도록 경계에 합판 등으로 벽을 세울 것
- 바닥 꺼짐을 막기 위해 중장비의 내부 진입을 최대한 자제할 것
- 암면 등 유해물질이 나오면 전문 업체가 처리하고, 노후 건물이므로 시간 여유를 두고 철거할 것

④ 철거 실시. 집행관은 2019. 5. 8.(09:35~17:00)과 5. 9.(09:50~13:50) 이틀에 걸쳐 철거를 실시했다. 첫날 아침에는 현장 앞 도로에서 철거 노무자, 포크레인 기사, 석면 철거업자, 전기업자를 대상으로 약 1시간 안전교육을 했다. 구조확인서를 낸 공학박사와 지적경계복원측량을 한 지적기능사가 현장에 입회했고, 지적기능사는 측량 성과도를 작성했다.
⑤ 현장에서의 조정. 집행조서에는 두 가지가 기록되었다. 채권자 甲4가 양보해 철거부분과 존치부분의 경계를 A2에게 유리하게 다시 정하고 철거했다는 것, 그리고 甲2가 철거부분 벽의 소형 전기 배전반과 건물 밖의 대형 물통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해 이를 甲2에게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판결이 정한 선을 그대로 지키는 것보다 현장의 충돌을 줄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Ⅵ. 비용 — 철거비만 2,904만 원
철거업체가 낸 견적은 모두 2,904만 원이었다.
| 항목 | 금액 | 항목 | 금액 |
|---|---|---|---|
| 석면조사 | 50만 원 | 전기 연결 | 150만 원 |
| 안전구조진단 | 700만 원 | 철거 인력(6명×2일) | 240만 원 |
| 측량 | 300만 원 | 칸막이 | 150만 원 |
| 커팅 철거 | 400만 원 | 안전관리비 | 100만 원 |
| 석면 철거 | 200만 원 | 기업이윤 | 200만 원 |
| 포크레인 | 150만 원 | 부가가치세 | 264만 원 |
철거해야 할 면적은 100㎡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비용의 3분의 1 이상이 안전진단 · 측량 · 석면 등 '일부 철거'이기 때문에 드는 비용이었다. 게다가 이 견적에는 폐기물 처리비용이 빠져 있다. 집행비용은 결국 채무자에게 청구할 수 있지만, 채권자가 먼저 마련해야 한다.
Ⅶ. 맺음말 — 일부 철거를 준비하는 채권자에게
첫째, 소송 단계에서 철거 범위를 측량으로 정확히 특정하라. 건물이 여러 필지에 걸쳐 있으면 내 땅 위에 있는 부분만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 감정도의 점과 선이 곧 집행 현장의 먹줄이 된다.
둘째, 철거는 법원, 인도와 퇴거는 집행관이다. 수권결정은 철거에 대해서만 신청하고, 인도와 퇴거는 판결로 집행관에게 직접 신청한다. 한꺼번에 수권결정을 신청하면 나머지는 기각된다.
셋째, 존치부분의 안전이 곧 집행의 성패다. 안전진단, 구조확인서, 석면조사, 경계 측량 입회를 미리 준비해야 집행관이 철거 실시를 결정할 수 있다.
넷째, 비용과 시간을 넉넉히 잡아라. 이 사건은 항소 기각부터 철거까지 1년 남짓, 비용은 폐기물 처리비를 빼고도 3,0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내 땅을 침범한 남의 건물 한 귀퉁이를 떼어 내는 일은, 집행관과 채권자 · 채무자 · 전문가가 함께 하는 정밀한 공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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