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 · 철거 | 퇴거집행
건물 점유자 퇴거집행, 철거집행 없이 먼저 해도 될까?
— 퇴거의무의 성질과 퇴거집행만의 신청, 서울남부지법 2016타기480 결정과 일본의 통설 —
Ⅰ. 퇴거의무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일반적으로 퇴거의무는 현실의 점유를 풀어야 하는 의무로서 '하는 채무'(부대체적 작위의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퇴거의무는 본래 간접강제의 방법으로 실현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퇴거의무를 집행관이 점유를 풀어 내는 직접강제, 즉 인도집행과 같은 방법으로 실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甲 소유의 토지 위에 A가 건물을 소유하고 B가 그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자. 甲의 청구에 따라 B에게는 건물 퇴거를, A에게는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를 명하는 판결을 집행할 때, 퇴거집행을 직접강제의 방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B의 퇴거의무는 단순히 건물에서 나가야 할 의무(부대체적 작위의무)라기보다는 건물 철거를 '수인(受忍)해야 할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통설과 실무도 건물 퇴거의무의 실질을 건물 철거를 수인할 의무로 본다. 이는 토지 인도(직접강제)의 일부를 이루는 건물 철거(대체집행)의 전제가 되는 의무이다.
Ⅱ. 철거집행 전에 점유자를 퇴거시켜야 하는 이유
철거집행이나 수거집행에서는 철거 · 수거 목적물의 소유자 또는 처분권자(A)가 집행 상대방이 된다.
그런데 철거 목적물을 소유자 · 처분권자(A)나 제3자(B)가 점유하고 있다면, 먼저 그 점유자를 퇴거시켜야 철거집행을 할 수 있다. 건물에서 점유자를 퇴거시켜야 건물을 철거할 수 있고, 건물을 철거해야 토지를 채권자에게 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Ⅲ. 퇴거소송과 퇴거집행만 하는 경우
퇴거를 구하는 목적이 단순히 B를 내보내는 데 있다면, B를 상대로 건물 퇴거소송만 제기하면 된다.
그러나 B를 퇴거시킨 뒤 건물을 철거하고 궁극적으로 토지를 인도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A에 대한 건물 철거 · 토지 인도 소송과 B에 대한 건물 퇴거소송을 함께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에 대한 철거 · 인도 판결만으로도, B에 대한 퇴거판결만으로도 甲은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퇴거를 구하는 소만 제기하여 그 퇴거판결로 퇴거집행을 신청한 경우에는, 집행관으로서는 그 퇴거집행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물 철거 · 토지 인도를 구하는 소와 건물 퇴거를 구하는 소를 따로 제기하여 각각 판결을 받은 뒤 퇴거판결로 퇴거집행만 신청한 경우에도, 철거 · 인도의 집행권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집행관으로서는 퇴거집행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집행관이 철거 · 인도 판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건물 철거집행과 토지 인도집행도 함께 신청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한 판결이 철거 · 인도와 퇴거를 모두 명한 경우
토지소유자 甲은 다음과 같이 청구하고 집행을 신청한다.
① A가 건축물의 소유자이자 점유자인 경우에는 A를 상대로 건축물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하고 그 집행을 신청하면 된다. 건물 철거의무에는 퇴거의무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따로 퇴거를 청구하거나 퇴거집행을 신청하지 않아도 A를 퇴거시킬 수 있다(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6다213916 판결).
② A가 건축물 소유자이고 B가 점유자인 경우에는 A를 상대로 철거 · 인도를 청구하여 집행을 신청하는 외에, B를 상대로 퇴거를 청구하여 그 집행도 신청하여야 한다. B를 퇴거시키지 않으면 건물 철거집행을 할 수 없고, 따라서 토지 인도집행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②의 경우 전부 승소한 甲은 그 판결로 퇴거집행만 먼저 신청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긍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가 있다.
긍정설은 철거 · 인도집행과 퇴거집행을 동시에 신청할 수도 있지만, B에 대한 퇴거집행만 먼저 신청하고 A에 대한 철거 · 인도집행은 나중에 신청해도 된다고 본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1. 20.자 2016타기480 결정, 확정).
부정설은 아래 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거집행은 철거집행과 '동시에' 신청하고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일본의 통설 · 실무).
건물 점유자는 토지소유자와의 관계에서 스스로 퇴거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철거를 수인할 의무를 질 뿐이므로, 필자는 부정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甲이 퇴거집행만 신청한다면, 집행관은 건물 철거집행과 토지 인도집행도 함께 신청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집행의 순서가 그렇다. 집행관은 ① B를 퇴거시켜야 건물을 철거할 수 있고, ② 건물을 철거해야 토지를 甲에게 인도할 수 있다. 건물 퇴거는 건물 철거의 전제이고, 건물 철거는 토지 인도의 전제이자 토지 인도의 일부이다.
둘째, 퇴거만 하면 건물이 빈집이 된다. 퇴거집행만 하면 그 건물은 점유자가 없는 상태가 된다. 이때 甲이 아닌 다른 사람이 건물을 점유하면, 그 사람을 퇴거시키는 절차를 다시 거쳐야 철거와 토지 인도를 집행할 수 있다. 퇴거집행만 하면 철거, 나아가 토지 인도가 크게 늦어지거나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판결의 목적과 다르게 쓰일 수 있다. B가 퇴거한 뒤 A가 어차피 곧 철거될 건물이라며 사용 · 수익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이용하여 甲이 그 건물을 스스로 쓸 목적으로 ① 퇴거집행만 신청하고 철거 · 인도집행은 신청하지 않거나, ② 퇴거집행과 함께 철거 · 인도집행을 신청해 놓고 퇴거집행이 끝난 뒤 철거집행이 시작되기 전에 집행신청을 취하하거나 집행연기를 신청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집행관은 위 ①의 경우에는 퇴거집행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고, ②의 경우에는 철거 · 인도집행까지 실시하거나 퇴거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집행을 위임받은 집행관은 집행기관으로서 독립하여 자기 판단으로 법규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하고, 채권자의 의견에 따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Ⅰ] 30면).
Ⅴ. 예외 — 퇴거집행만 해도 되는 경우
퇴거집행에 이어 곧바로 건물 철거가 확실하게 이루어질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甲은 B에 대한 퇴거집행만 신청하고 집행관은 퇴거집행만 실시해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甲이 ① 철거공사 발주서나 견적서와 ② A의 철거동의서(인감증명서 첨부) 등을 제출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애초에 철거집행 자체가 필요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Ⅵ. 맺음말
건물 점유자의 퇴거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로 가는 첫 단계이다. 그러므로 토지를 인도받으려는 채권자는 처음부터 소유자에 대한 철거 · 인도 청구와 점유자에 대한 퇴거 청구를 함께 하고, 집행도 함께 신청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퇴거만 먼저 해 두면 빈 건물에 새 점유자가 들어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할 수도 있다.

이 기사는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개별 사안의 법률 상담은 명도119 법무사사무소 상담 안내를 이용해 주십시오.
